그즈음해서 아침에 출근을 했는데 주한이가 사장님 돈 필요했냐면서
웃었다. 팊통이 나와있고 팊이 없어졌단다.
주한이는 만만한게 나인가보다.
보통 사백불 정도 됐는데 누군가가 필요 해서 가져 갔나 싶었고
내가 아니라 하면 누가 누구를 의심하는 이상한 분위기가 될 것 같아
그래 내가 가져갔다 그러고 내가 채워주고 지나갔다.
그리고 한 삼주 정도 지났을까?
여름에 소나기가 내리는 저녁 시간이었다.
식당안에서도 오다 소나기가 한창 쏟아져 내려 웨이츄레스스텦 발바닥
땀나고 스시바에서 밥알 튈때쯤 갑자기 큰일 났다고 홀에서 뛰어왔다.
그래서 뭔가 싶어 뛰어 갔더니 워메! 식탁위에 폭포수 물이 쏟아져 내렸다.
내눈을 의심했다.
무슨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고.
천장의 석고보드가 빗물에 녹아 내리면서 폭포물처럼 물이 콸콸 쏟아져 내려서
손님을 딴 룸으로 옮기고 가게에서 제일 큰 다라이를 갖다대고 마프로
닦으면서 잠시 버텼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손님들 놀랐을 것같다.
식다에 밥먹는 데 바케스로 붓듯 음식위에 물이 쏟아내린것은
아마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할 것 같다.
다행히 여름에 지나가는 소나기라 비가 멈춰 녹아내린 석고보드 천장
사이로 뚫린 지붕너머로 까만 하늘이 보였다.
저 정도 자리이면 에어콘 자리인데 싶었다.
다음날 아침에 사무실에서 요청해 옥상으로 올라가 보니 에어콘이 옮겨
져있었다.
아! 저 구멍으로 도둑이 와서 팊을 가져 갔다고 식당 스텦들이 얘기 했다.
그때야 내가 가져 간 것도 아니고 다른 누군가가 가져 가져간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오해는 풀렸다.
그런데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랐다.
이 도둑은 영화를 많이 보고 연구 했던 모양이다.
너무 똑똑해서 잘 작동도 안 시킨 보안용 비디오 카메라를 피할려 캐쉬
머신은 손대지 않고 낮은 포복으로 팊통만 슬쩍 했던 모양이다.
알고 보니 우리 식당 뿐이 아니라 다른 중국 식당도 똑 같이 털린 것을
알았다.
아직까지 잡혔다는 얘기가 없는 것을 보면
이래 저래 세상은 같이 먹고 사는 모양이었다.
스카보로는 도둑에 대한 추억이 많은 곳이 되었다.
아닌게 아니라 토론토에서 스카보로 산다면 그렇게
위험한 곳에 어떻게 사냐고 얘기한다.
그런데 거기에 살다보면 못 느끼는데 아무래도 이런 기억이 있는 걸
보면 스카보로는 우범 확율이 높은 것 같다.
그리고 어떤 도둑인가 궁금했다.
무슨맘먹고 무거운 에어콘 옮기며 내려 왔는지
그 정도 노력이면 설비 수리 전문을 해도 밥먹고 살텐데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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