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 월 말경 토론토의 아침 이었다.
식당일을 하고 나서부터는 11시도 아침으로 느껴진다.
늦게 시작해서 늦게 끝나니까.
캐나다 특히 토론토의 날씨는 10월, 11월 까지는 한국과 큰차이는 없다.
가을하늘이 그날 따라 무척이나 파랬고 공기도 상쾌해서 일보다는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맘이 들었다.
억지로 달아나는 맘을 주머니에 꾸겨 넣고 식당으로 출근해서 일을 막 시작 할 때 쯤
식당의 사장님 께서 뭔가를 트집
(시간이 지나서 보니 내 관점 일 수 있음)을 잡아 심하게 나무랬다.
지금 그 사장님은 은퇴해서 신앙 생활도 열심히 잘 하시면서 잘 지내신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순수하고 강직하고 좋은 분이다.
지난주 쯤 부터 주방쪽에 사람을 구해 놓고는 나한테 직접 말씀은 안 하시지만 뭔가의 압력이 느껴 졌다.
원래 이 식당에서 일을 시작할 때 조건으로는 스시바에서 일하기로 하고 주 400 불의 저 임금( 당시 내 수준 그것도 내기준)에도
스시바 일을 배운다는 기대감때문에 개의치 않고 기쁜 맘으로 일을 했다.
그런데 막상 하고 보니 스시바 일을 시간이 가도 손톱에 때큼고
디시 와셔 일과 주방에서 일하때가 많아서 내심 실망 스러워도 내색않고
열심히 했다. 세사람분의 일을 바쁠 때 마다 다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사장님 두 분의 견해가 맞지 않을 때가 많아 가끔씩은 일할 때 애매한 부분과
그 뒤풀이의불똥(?) 이 직원 들 한테도 종종 튀었다. 직원 해 봐 야 몇 안 되고
주방장한테는 어느 사장님도 함부로 말 못하고 만만한게 그래도 헬퍼
나인가?.
아니 웨이트, 웨이츄레스도 있나 보다. 그래서 웨이트 나 주방헬퍼는 1주일 안되서
관두는 사람이 많다고 주방장님이 얘기하시면서
나는 한 달 넘어서 장수하는 편이라고 너스레를 떠셨다.
그 한 달 즈음해서 스시바 일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하는 데 뒷 주방에 사람이 들어 와서 잘 됐다
싶은데
매상이 떨어져서 인가 좀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내가 말을 먼저 해 봐야 하는 지
주방장님께 여쭤 봐도 좀 기다리라고 했다.
아마 구해 놓고 보니 매상이 적어 졌어
스시바 헬퍼는 같이 쓰기가 힘들었거나 아니면 내가 일은 잘 하지만(!?) 사장님께는 까칠해서
대하기가
힘드셨는지, 묘한 분위기로 일주일이 흘렀을 그날 아침 일이 터졌다.
사소한 일로트집을 잡길래(내 관점) 동안 참 았던 맘이 그냥 분출해서 남자답게
말 해 보시라고 따지자 말자 평상시 앙숙같았던 사모님까지
합세해서 전면전으로 번졌는데
딱 총 한방 쏘보고 기관총에 대포 까지 맞은 느낌으로 쫓겨났다.
출근해서 한 두시간 만에 쫓겨나집에 돌아 오니 마침 아파트 이층 참문 너머 갖난쟁이 혜인이를 보는 아내와 눈이 마주 쳤다.
잘려서 일찍 왔다고 얘길 했더니 나무라지 않고 잘하셨다고 이기회에 바람이나 쐬러 가자 해서 길을 나섰다.
큰애 혜진이는 그때 여섯살 이고 혜인이는 육개월 쯤 됐는데 혜진이를 학교에서 픽업해서 북쪽으로 막연히 차를 몰고 갔다.
가도 가도 지평선뿐인 넓은 바같 풍경 속 나도 하나의 점이 되어 북쪽으로 차를 몰고 갔다.
이 현실에 다시 안 돌아 올 것 처럼.
고속도로 양편으로 겨울을 준비하는 앙상한 가로수를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를 생각하니 이 세상 마지막 부분에 있는 것
같았다.
토햄인가 하는 도시에 들어갔을 때쯤 눈이 오기 시작하더니 배가 고파 캔터키 프라이드 치킨집에서 치킨을 사서 혜인이가
보채서
거기서 못 먹고 테이크 아웃해서 차안에서 먹었을 때쯤에는 눈이 펑펑 쏟아져 내렸다.
첫 눈이라 평상시는 별로 나쁜 기분은 아닐 텐데 막연한 앞날을 생각하자니 눈물이 났다.
차안에 평상시 산후 우울증인가는 몰라도 말 없던 아내가 애써 위로 해줄 려 뭔가를 얘길 하고, 큰 애는 철 없이 때만 쓰고, 작은 애는마냥
울어만 댔다.
이 세상의 마지막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다는 각오가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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