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드디어 친구 강 기훈이랑 종화형 이렇게 몇 년만에
세 친구가 만났다.
기분 꿀꿀한 기훈이가 전화를 해서 바쁜 종화형도 뭔 일인가 싶어 부랴 부랴 뛰어와 소주 한잔 걸치며 이런 저런
세상 불만을 서로 나누었다.
브라질에서 이민온 종화형 까지 오니 기훈이는 아예 반은
영어로 얘기한다.
여기 백인들도 와엠씨 안의 사우나실에서는 점잖을 걷어
부치고 나서 편한 맘으로 대화를 하면 나이에 상관 없이
반은 "퍽", "퍼킹..." 으로 시작하고 중간 대화도 이어간다.
한국 사람 부랄 친구 만나면 반은 씨발 인 것처럼.
그만큼 맘 편하면 원초적 욕 부터 나누는 것이 동서양을 떠나 같은 정서인 것같다.
왜 만났냐는 얘기 까지 하면 위로 받을 사람도 많겠지만
친구의 사적 생활을 아직 까지는 팔 수는 없는 것같다.
맘 편한 친구 만나 수다 좀 떨고는 맘의 위로를 챙겨간다고
나 할까.
이민 사회인 캐나다에서 내가 서른 여섯에 이민을 왔을 때 주위 어르신에게 인사를 드리면 한 숨을 쉬면서, 참 그 나이 면 뭘 못하겠냐는 부러움을 받을 한국 같으면 십대 말이나 이십대 초반 처럼 느껴 질수 있는 것 같다.
즉 그 때 만난 맘 편한 친구가 한국으로 치면 부랄 친구로
통하지 않을까 싶다.
그 십육년 동안 알게 모르게 쌓인 추억도 많다.
십 년전인가 셋이서 골프 치면서 참 많이 웃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이 친구들은 거의가 캐너디언 정서라 골프도 캐나다 식으로 플레이한다.
점수에 신경 안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골프장에
나온 자체를 더 즐기는 것같다.
샷이 좋은 기훈이는 몽둥이 하나 시원하게 날리고,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소심한 종화형은 "오! 노!"
을 연신 날리고, 그러면서도 이십년 넘은 구력인지 퍼팅 한 방으로 선방을 했다.
그러면서 골프장 농담으로 골프장의 아침을 열었다.
당연히 색깔있는..
그래서 골프를 쳤는지, 복근 운동을 했는지,
너무 웃어 입 주위가 얼얼할 채로 새벽 골프를 마무리 하고는 각자 일터로 뛰어 갔다.
더 그전에 십 오년 전 정도 되었나..
겨울의 복판인 어느날 오후 세시 쯤에 만나 하키벨리 리조트로 바쁘게 차를 몰고 가서는 야간 스키를 탔다.
캐나다에서는 보통 야간 스키는 오후 네시에서 열시 정도까지인 것같다.
운동 선수출신 인 기훈이는 운동에 대해서는 뭐를 해도
능숙하고 폼이 났고, 키 큰 종화형은 좋아하긴 하는데
뭔가 엉성한채로 늘 친근감을 주고..
중간에 잠시 간식으로 피자에 맥주도 한 잔 걸치고,
남자 셋이서 낄낄대며 스키장의 밤을 한 껏 즐기고는
토론토에 돌아 왔다.
그런데 그 날 폭설이 쏟아져 종화형은 밤을 꼬박 새고
그 다음날 오후 열시까지 눈을 치웠다고 했다.
종화형은 한국으로 치면 조경 사업을 한다.
여름에는 잔디를 깍고 겨울에는 눈을 치우는 것이 일반적으로 여기에서 트럭에 랜드 스케이프라고 쓰고
다니는 사람의 잡인 것같다.
캐나다에서는 여자도 힘이 좋은지 나씨티를 입고 늘씬한
몸매로 잔디 깍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고 미모에도 귀천이 없는지,
정말 금발에 미인인 여자가 골프장 잔디를
를 깍는 모습도 쉽게 볼 수있다.
물론 거리에서도 공사장에서도 본인이 미인인 것이
모르는지, 얼굴 좀 이쁘면 연예인 할려는 한국사람들과는
다른 정서 인것 같다.
그런데 잔디만 깍고는 부가가치를 내기는 한계가 정원도
관리하고 겨울에는 비수기를 눈치우는 계약이 많아야
유지가 되는 것같다.
한 해에 눈이 많이 오면 그 해에는 눈 치우는 일 손이 한계가 있어 힘도 들고 컴플레인도 많이 받는다.
대신 그 다음해에는 계약이 많이 들어와서 수입이 좋다.
반대로 그 해에 눈이 덜 오면 편하게 지나 가지만
다음해에는 손님들이 눈에 대한 존재감 상실로 계약이 적다.
그리고 여름 잔디 깍는 일도 사람 상대하는 일이라,
때로는 손님이랑 부딪힐 일도 있다.
그래서 영어가 어슬프면 뭐 한 손님한테 뭐 하게 당하기도
하는 것 같다.
종화형 같은 경우에는 아버님께서 이십년 이상을 일궈 논
시장을 물려 받아 거의 대대로 반세기 이상 이어온 역사와
노하우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종화형 은근히 까칠해서 절대 백인 들한테
지고는 못산다.
케그라는 유명한 스테이크 하우스에 자주 맥주 마시러
갔는데, 안주로 나쵸 하나 시키고 꼭 젤로피노라는
절인 이태리 고추를 따로 서비스를 받곤 하는데
나도 따로 가서 시켜 봐도 발음이 안 좋은지 웨이츄레스가
뭔 말을 하는지 개념조차 파악을 못 시키는 걸 보면
참 언어 능력도 때론 중요함을 느낀다.
말하는 도중에 기훈이에게 공수레 공수거라는 말을 했다.
이 나라에서 자란 기훈이가 어려운 한국 말을 알아 들을
리가 없다.
빈 손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부차 설명을 하며,내가 엠티 핸드라고 얘기 하자,
기훈이가 왓! 하고 답했다.
그재서야 종화형이 뻥 터지고는 " 유캔- 테이 킷 위드유"
그러자 같이 웃었다.
그러면서 기훈이는 한국말을 영어로 번역하기에 힘든 말이 많다고 했다.
예를 들면 뜨거운 국을 마시며 시원하다고 말하다든지.
그럴때는 가장 가까운 말이 " 소 리프레쉬블" 인 것 같다고
덧 붙였다.
사실 내가 하는 영어는 발음 부터 익숙치 않은지
종화형이 없으면 뭔 말인지 못 알아 듣는 것을 보면
영어의 한계를 많이 느낀다.
토플 오백팔십점 실력도 실전에는 꽝 인것 같다.
그래도 셋이 만나면 다 통하고 얼마나 유쾌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아예 차를 포기하고 술을 마셨는데,
캐나다의 오십대 현실이 무서운지 소주 두어병 마시고는
맥주를 소주 잔에 따라 나눠 마시면서 와 정말 좋다면서
맞 장구를 쳤다.
몇 년 전만 해도 각자 와이프가 차를 몰고 와서 술집에서
끌려 나갈때 까지 마셨는데 오십대의 현실이 뭔지
철든 모습을 본다.
그러면서 또 캠핑 얘기로 마무리 지었다.
기훈이는 얼마전에 퀘벡에 갔을 때 인적 드문 캠핑장에서
아들 녀석이랑 밤에 화장실에 같이 걸어가다 문득 아들
녀석이 툭 치며 본 호수에 비친 별 빛에 감동 받은 얘기를
하자,
종화형은 브라질 산토스에서 어렸을 적 밤에 낚시하다
추대신 밧데를 묶어 던지며 본 하늘에 뿌연 별 빛에 와우!
했단다.
밀키워터 그러자 그래 밀키워르, 와 정말 끝내 줬다면서
종화형이 얘기를 해서 진짜 끝내준 일 있었잖아 그 때 실버 레이크 근처
캠핑 갔을때 라고 내가 얘기하자 같이 빵 터졌다.
십 이삼년 전에 친구 부부 열 몇 팀이 캠핑갔다가
호수에서 수영을 할 때 키크고 겁 없는 종화형이 갑자기
물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넘어갔다.
우리 다들 놀라서 쳐다 보니 물 속에서 종동 출신으로
보이는 여자 분이 온 몸을 감은 까만 옷에 까만 챠도르를
얼굴로 감춘 모습으로 잠수 했다가 물 밖으로 나오며
종화 형 앞에 나오며 눈이 마주쳤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는 전부다 웃다가 쓰러진 일이 있었다.
그래서 추억은 함께한 사람끼리 공유가 되는 모양이다.
올해는 한번 이라도 셋이서 골프 한 번 치자는 데,
골프 아니라도 와이프 까지 끼워 가벼운 계 라도 같이
만들어 보자며 내일이 무서워 일어났다.
종화형이 기훈이 먼저 데려다 주고 나 또한 바래다 주며
또 못다핸 얘기 차안에 나누며 아쉬운 맘을 정리했다.
어쨋든 지금 이 나이가 애들 시집 보낼 때 까지 힘 좀 쓰야
할 나이인 것같다.
그래서 자주 못 만나는 친구이지만 맘만으로 대신 한다.
같은 토론토에 사는 친구끼리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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