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9. 내 인생의 멘토 라인홀트 메쓰너

박진양 2012. 12. 5. 07:09

 

 

 

 

 

 

 

사람이 살면서 잘한다고 좋아하는 것만은 아닌 것같다.

잘하는 기준도 우물안에서 일수도 있고 넓은 세상에 나가면 정말 잘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등반하면서

느꼈다.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기 성향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때로는 필요한 것같다.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은 하는 일을 통해서 기쁨을

느끼고 위로받으며 에너지를 보충받아 결국에는

평균보다는 높은 결과를 가지는 것같다.

사실 그 자체가 사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나는 고소 공포증도 많이 있는 편이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암벽에서 살았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뭐에 미쳐도 단단히 미쳤던 모양이었다.

두려움도 때로는 이해를 시키면 극복이 되는 것은 같다.

그렇다고 근본적으로 좋아하지않는 것은 좋아질수는

없는 모양이다.

좋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준

내가 진짜 좋아하는 등반가가 있었다.

라인홀트 메쓰너라고 이태리 돌로마이트 지방 출신인데

어릴적 부터 암벽에서 살아서 그 이상 이방면에 비교될수

있는 등반가는 없는 것같다.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등 히말리야 십사봉을 제일 먼저

이루었고 팔천미터 이상의 히말리야산에서 알파인스타일

로 등정을 했었고 대부분 단독으로 이루었다.

사람이라기 보다 등반의 신에 가까운 기술과 지구력을 겸비한 초인같다.

저술에도 재능이 많아 독일에서 알파인이라는 잡지사도

운영했고 많은 등반에 관련된 책을 썼다.

칠급 등반, 죽음의 지대, 검은 고독 흰 고독등 이루 헤아릴수가 없다

나에게 하나를 꼽는다면 검은 고독, 흰고독을 들수가 있다.

칠십팔년도에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을 끝낸뒤에

낭가파르밧의 벽을 통해 혼자서 등반하며 자신의 내면

이야기를 쏟아 부었던 내용이다.

좋은 얘기도 많이 나오는 데 지금도 공감이 가는 것이

와이프랑 이혼하고 찔찔 우는 장면도 쓰고 방황하는

영혼의 얘기를 아무 여과 없이 기술해서 살면서

힘들때 뒤적이다 보면 위로를 많이 받았다.

 

"고독은 너를 죽이는 힘이다.

느닷없이 너에게서 터져나오면

 

고독은 지평선 저 너머로

너를 데려간다.

고독을 맞이할 마음이 있을 때."

 

"걷는 기술은 옳은 길을 가는 데 있다

그 길에는 친구가 있고 그 길에서 너는 강해진다

할 수 있다면 마음에 있는 쪽으로 가라

자기 길을 찾아 갈 때

힘이 되고 방향이 되며 목표가 된다

아무 것도 그 누구도 너를 막지 못한다"

 

" 고독한 새에는 다섯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는 가장 높은 곳까지 날으는 일이요

둘째는 같은 종류라 해도 친구로 삼으려 하지 않는

일이요

셋째는 부리를 하늘로 쳐드는 일이요

넷째는 한 가지 빛깔을 하고 있지 않는 일이요

다섯째는 낮고 낮은 소리로 노래부르는 일이다"

 

그 책의 한 부분에 있는 얘기이다.

남들이 부러워 하고 질투하는 속에서도 이룬 위대한 등반 결과에 상관없이

끝없는 내면이 부르는 인간의 한계에 대한 도전의 기록

인 것같다.

그러면서도 인간적으로 참 나약하고 찌질한 진실성에 깊이

감동을 받았다.

그에게는 등반에서 자유를 느끼고 극한 자연에 인간의

마지막 한계를 노출시키는 것에서 해탈을 찾는 스님의

발자취를 기록한 수행서를 읽는 착각에도 빠져 들었다.

그래서 영적인 에너지까지 얻게 되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 보다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고

표현 할줄 아는 사람이다.

당시 서른 네살인데 참 그 나이에 산만 다니며 어떻게

그런 글을 쓰고 그런 통찰력이 있을 것을까 싶었다.

나에게는 멘토는 라인홀트 메쓰너였지만

대상은 산 보다는

바다에서 자유함을 느꼈다.

무엇에 느끼던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통해 얻는

마음의 평화가 진정한 평화라는 생각이 든다.

억지로 참고 하면 누구에게 강요를 하게 되는 것같다.

자기가 진정 좋아하는 애인이 있다면 이 세상 다른 무엇이

있어도 눈 돌리지 않는 것이 아닐까?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여행이 인생의 진짜 여행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물이 참 친숙하게 느꼈고 바다는 영원한 고향인 것같다.

그래서인지 바다에서

남들이 두려워 하는 파도는 나에게는 친구의 가벼운 변덕

정도로 느껴졌다.

스쿠버 다이빙에 입문했다가 공기통 열 몇 개를 싣고

동해안을 따라 내려오기도 하고 비오는 날 바다속에

들어가면 바다 속에도 비가 내려 온 생명체가 춤을 추는 것도 보았다.

그리고 어느날 하게 된 윈드 스핑이었다.

이 세상 가장 제미있는 스포츠 한 가지를 꼽으라면 내 친구

차형은 윈드 서핑이라고 얘기를 했다.

어느날 술마시며 한 마디로 윈드 서핑을 얘기하면

오르가즘의 연속이라는 야한 표현 한마디가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그리고 나에겐 산과 같은 추락의 공포에서 떠나서 좋았다.

나는 겁쟁이였는 지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을 해서인지는

몰라도 윈드서핑의 세계에 한꺼번에 빠져 버렸다.

그렇지만 메쓰너의 얘기는 산을 떠나서도 이해되고 세상

살면서 더 이해가 잘 되며 나이들면서는 더욱 뚜렷해진다.

너에게 솔직하고 너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보라는 얘기이다.

나를 볼려고 노력해야 때론 세상과 나의 격차를 이해하고

대처가 되는 것같다.

사랑도 첨엔 필이지만 이해로 성장해가지않을까?

진정한 이해는 나로 부터 시작된다는 느낌을 가졌는 데

당시에 유행했던 크리슈나무르티의 자기로 부터의 혁명

이라는 종교 서적 해설판 같았다.

그 메쓰너는 여전히 모험과 호기심 속에 살고 있다.

이천사년도에는 혼자 몽고의 고비 사막을 횡단했다.

그 책의 몇 가지 글귀에서 더욱 평온해진 자연과의

조우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