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동네 얘기 3

박진양 2012. 8. 29. 12:28

 

 

 

 

단골 손님 죤은 말 그대로 단골 손님이다.

일주일에 두세번은 네시정도 되면 페티오에 앉아서 와인 몇 잔과

스시 몇점을 먹고 간다. 본격적으로 디너가 시작되기전에 떠난다.

그래도 오 육십불 매상은 되어 고마운 손님이다.

오년전 이 가게 오픈 할때부터 꾸준히 와서 인지 고맙다기 보다 귀찮다.

원래 술 손님은 귀찮은 법이다.

한국사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배가 불렀나 보다.

죤은 영국계통 정확하게 아일앤드 후예이다.

직업은 라디오 클래식 방송의 디.제이를 한다.

원래 여기 티브이의 스포츠 채널의 유명한 아나운서였다.

내 첨 이민 올 때 특유의 다이나믹한 맨트로 하루 종일 보기도 했는데

나이 탓인지 좀 밀린게 아닌가 싶다.

내 보다 나이가 한 살 작은 육이년 생인데 언젠가 몇 년전에 날

보고 너는 어려서 어른 들 세계를 모른다는 식으로 한번 말했는 데

요즘은 내가 팍 늙었는지 비슷한 또래라 아는 것 같다.

이 친구는 직업이 말 많이 하는 것이지만 평소에도 말 하는 것 정말

좋아한다.

우리 가게에 첨 왔을 때 내가 알아보고 사인을 청했더니 정말 감동받아열심히 해주었다.

사진 찍자 하면 아예 폼 코디까지 하면서 열심히

응해주는 순박한 사람이다.

술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인은 없다는 게 동양이나 서양이나 똑같다.

그래도 캐나다는 술장사 좋은 것이 손님이 조금 술이 취한 느낌이

들면 그만이라고 스톱을 시킬 수 있는 권한이 주인장에게 웨이츄레스에게 법적으로 부여되어있다.

하지만 한국사람은 안 통한다.

그래서 한국사람 상대하는 비즈니스가 어려운 점이다.

캐나다 속에 더 한국적인 한국이 존재한다.

각자의 이민 시계가 이민 온 그 시간에 멈춰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옆으로 샛는데 하여간 죤은 재미있는 손님이다.

죤은 말도 많고 우쭐하게 폼 잡는 것 정말 순박하게 좋아한다.

우리 혜진엄마를 되게 좋아한다.

잘 안되는 효원 발음을 열심히 하면서 반긴다.

여자라서 더 좋아하는 것같다.

죤은 여자를 특히 좋아한다.

와인 한잔 먹다 알아보면 얼마든지 쏜다.

가끔식 그렇게 작업도 된다.

그러면 우리도 오늘 죤 한 건 했다고 웃는다.

일 주일에 서너번 그렇게 있으니 웬만한 것은 안다.

예쁘고 우아한 여자 친구가 있었는 데 재작년인가 떠난 것 같다.

혜진이 엄마 여자가 아깝다고 그랬는 데 말이 씨가 됐나.

말은 덜 통해도 사람은 느낌과 매너로 다 알 수있는 모양이다.

미모도 미모지만 나이에 따라 쌓이는 여유로움과 남 배려하는 맘은

사람을 돋 보이게 만든다.

요즘 죤 애인은 스물 갓 넘은 저번의 그레이스켈리 비슷한

금발이지만 인상이 어째 좋지는 않아서 별로 아는 척 하지는 않는다. 손님이니깐 인사는 하지만.

죤이 그래서 외로워 보인다.

어린 사람과 뽀뽀하고 안고 있어도 나이 든 속마음을 어린 사람이

알 필요가 없을 게다.

오늘 조금 한가해서 죤 한테 아는 척 했더니 조금 전에 실수로

깬 와인 잔을 보여 주며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난 모르고 있는데 참 캐나다 사람 순박한 데가 있다.

내가 그때문에 나온 걸로 아는 모양이다.

내가 사진 한번 찍자 했더니 자기 사랑하는 개까지 안고 포즈를

취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