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가장 친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대개 이민 첨 왔을때 알았던 사람들이다.
군대 동기생처럼 부담없고 정겹다.
첨 힘들때 고충을 나누었던 그 때 그 사람들은 캐나다에 있는 동안 언제 보아도 가깝게 느껴 진다.
내 주위에 그렇게 부담없는 지인이 한 분 계신다.
그 분은 연세가 육십세 남짓하신데 한국에서 대학과 기업체에서 강의를 많이 하셨던 분이라도
입담이 보통 아니신 분이다.
흥도 넘치고 해서 둘이 만나면 말 술이 들어간다.
좀 보태서 맥주 한박스 보드카 두 어병은 마셔야 분(?) 이 플린다고나 할까.
키가 꽤나 크신데 달리기는 잘 못하신다고 한다.
그래서 자동차만큼은 맘껏 달린다고.
핸들 붙잡고 본인보다 빠른 사람은 없다고.
트럭 운전이 적성이 맞아 십년 이상 미국과 캐나다의 거의 모든 도시를 밟고 지나가셨다고 한다.
몇 달 전 내가 트럭 운전에 관심이 하자 얼른 오셨다.
삭힌 홍어에 막걸리, 삼겹실을 준비했다.
참 여기 캐나다에서는 집에서 막걸리를 담아 마실수 있다.
물론 판매할려면 따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인 식품점에는 누룩을 파는데, 별로 어렵잖게 담을 수있다.
밥이 뜨겁거나 물 온도가 높으면 막걸리에 신 맛이 나고
될 수 있으면 꼬드밥을 만들어야 수분이 적어 발효균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전 잡균의 번식을 막아 막걸리 맛이 좋다.
그리고 한국에 유통되는 홍어의 팔 구십 퍼센트는 국산이 아니라 칠레에서 수입되는 냉동이라고 한다.
여기에도 칠레에서 상당수가 들어오는데
그 중에 뼈가 연한 것이 있으면 어차피 냉동이니 많이 사두고 일정량씩 삭혀서 먹곤 한다.
냉동으로 된 홍어를 삭힐려면 냉장고로 옮겨 놓으면 하루 이틀 지나면서
육수가 흘러 나와 고이는데 그 때 페이퍼 타월 등으로 닦아 주면
그냥 몇 주 간 냉장고에 잊는 듯 내버려 두어도 잘 삮는다.
몸에 좋은 줄은 잘 몰라도 술이 쉽게 취하지 않는 것 보아 좋긴 좋은 것 같자.
입담 좋은 우리 선배님은 오시자 마자 홍어, 막걸리, 삼겹살을 영어로 뭐냐고 물어신다.
하시는 말씀 콤보란다.
햄버거, 감자튀김, 콜라 가 어울리듯 영어로 콤보라는 말에 한번 웃고는
누룽지로 담근 막걸리를 드시더니, 저번에 한국가서 남한 산성 근처가서 누룽지 막걸리를 마셨는데 누룽지 맛이 났는데,
이번 것이 안나는 것 보니 저번에 것이 문제가 있는 것 같단다.
포도가 포도주로 변하면 화학 반응이 일어났기 때문에 포도 맛이 날 수가 없듯이 누룽지도 마찬가지란다.
그냥 막걸리에 누룽지 향을 멓은 것 같다고.
참 서로 기계공학과 출신 아닐릴까봐 세세한 분석으로 또 한번 웃고는 트럭 운전 얘기가 포문을 열었다.
옛날 부터 어떤 아이디어는 세 군데 위에서 많이 나왔다고 한다.
침상, 측상, 마상 이라고. 즉 잠자리에서, 화장실에서, 그리고 말 위에서 생각들이 떠오른다고 하는 데,
현대에는 말 대신에 차를 운전하며 상념에 잠겨 본다고 한다.
트럭운전은 남자로서 그래서 한 번 해 볼만하다고.
운전하시며 찍은 여러 아름다운 풍경을 스마트 폰을 꺼내 보여 주신다.
노을진 하늘, 들 꽃, 전통이 숨쉬는 시골 마을 전경등이다.
삭힌 홍어와 막걸리를 좋아하는 베테랑 트럭 드라이버로 십년 넘는 동안 후회없이 원 없이 보고 다니는 장점이
있지만 돈에 좀 욕심 내다 보면 몸이 상할 수 있다고
충고를 해 주신다.
그 선배님도 한국에 조금 자산이 있고 해서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는줄 모른다.
나도 식당은 운영하면서 할 예정이라니 안심을 한다.
한국의 포항제철에서 같이 다녔던 분도 십년 가까이 트럭
운전을 해서 자리를 잡았는데,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보통 시간당 십사불 정도 하고 운행 시간을 좀 길게 열 두
시간에서 열 네시간 까지 하면 칠 팔천불 이상 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좀 무리 안하고 싶다고.
식당하다가 너무 맘 고생이 심해 다 정리하고,
올 봄부터 뛰어든 선배님도 계신데,
부인도 같이 면허를 따서 부부가 같이 다닌다고 한다.
얼마전에 플로리다로 뛴다고 이제 시작해서인지
신나 하셨다.
트럭운전에 대해 장단점을 많이 얘기하지만
본인의 적성 문제인 것 같다.
요 근래는 주위에서 이민 오신 분들이 상당히 많이
하시는 것 같다.
그래도 다른 업종에 비해 비교적 안정된 수입이 되는
메리트는 있다.
하지만 사람 좋아하고 말 하기 좋아 사람들과 어울리는
맛에 사는 사람은 좀 힘들다고 한다.
물론 운전대만 잡으면 잠이 온다는 분은 안 하시는 것이
당연히 낫다.
그리고 본인이 트럭을 직접 구입하면 수입은 만불 이상도
가능한데 돈 버는 맛에 좀 몸에 무리가 된다고 들한다.
감가 상각까지 생각하면 그게 그 거라고 말씀 들 하신다.
어쨋든 이민와서 직업을 바꿔 볼 수 있는 유연성은 좋은
것 같다.
그리고 한국과 달리 나이 육십 넘어서 원래의 직업에서
은퇴를 하고서도 일거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캐나다에서
사는 잇점이 아닌가 한다.
이민 와서 나이 육십이면 한국의 사십대 같은 한창인
느낌이 들 정도로.
고생은 되도 현역병으로 사는 점이 실버 시대에 사는 지금
나을지 모르겠다.
어차피 시간 좀 더 지나 움직이지 못하는 시간에는 이마저
그리워 할 때가 올테니깐.
복중에 제일 큰 복이 일 복이라는데..
막걸리 다음에 보드카 꺼내 마시고 있는데,
큰 따님이 모시러 왔다.
아빠는 딸 한테는 맥 못춘다.
그대로 해산..
얼마전에 전화가 왔다.
캘리포니아로 떠나는데 운전 면허 땄으면
회사에 소개 해줄 테니 같이 떠나자고.
언젠가 꼭 트럭 운전을 안 하더라도 곱사리라도 함께 하고 싶다.
넓은 대륙늘 횡단하며 지나는 풍경도 감상하고
남자들의 얘기도 하면서 추억을 만들 날이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