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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이민사의 한 부분 지렁이 잡는 쟙

박진양 2012. 12. 29. 11:14

이천팔년을 보내며 힘겹게 조금씩 오르던 매상이 많이 나아져서 허리를 펴 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융자금등 은행이자로 인한 지출이 많아 손익 분기점을 밑돌아서 마지막 인내심을 필요로 했던 해였던 것같다.

그리고 이천구년초에 와서도 꾸준히 나아져도 총알이

떨어져 가는 느낌이라 야간에 지렁이 잡는 아르바이트를

해볼까하는 생각도 했고 같이 일을 하셨던 샘아저씨가

그 쪽 전문가라 많이 문의를 했다.

기본장비도 알아보는 사이에 동안 식당이 갑자기 좋아지고 대박 소리를 들었던 해였다.

그래서 지렁이 잡는다는 소리는 조용히 사라졌지만

그 때는 정말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다.

그래서 말 나온김에 지렁이 잡는 쟙에 대해 잠깐 얘기를 해볼까 한다.

삼십년전 초창기에 이민온 분들의 모임에 우연히 끼어서

술을 한잔했는데 당시에는 돈없이 할 수있는 몸으로

빨리 벌 수있는 쟙으로 지렁이 잡는 것이 최고 였다고 했다.

지렁이를 잡은 만큼 지불되어 하루밤에 삼백불에서

오백불 수입까지 벌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밤을 새며

잡아서 장사 밑천을 벌었다고 했다.

캐나다의 광활한 땅이 지나다 보면 거의가 옥토인것같다.

그래서인지 어디에나 지렁이가 많다.

공원에도 있고 지나는 벌판 한떼기 밭에 가도 수두룩하고

골프장이나 심지어 골프 드라이브 레인지에도 아침에

일찍 가면 아이언 한 방 때리고 나면 지렁이가 반이

잘린 것을 보며 자리를 옮겨서 치기도 했다.

그 흔한 지렁이가 유럽에 수출해서 식용으로도 쓰고

여자들 화장품 특히 립스틱 재료로도 많이 쓰이는

캐나다산 효자 수출품중 하나인 것같다.

주로 지렁이는 밤에 많이 나와 새벽까지 짝짓기도 하는

등 사월에서 시월 사이 습기찬 밤에 더욱 많이 볼 수있는

것 같다.

보통 봉고차 같은 대 여섯에서 열명 까지 타고 나가서

차주 겸 판로도 겸하는 운전사에게 팔게 되는 데

통하나에 십불에서 이십불 정도로 한 통에 대개

오백마리 정도가 들어간다.

보통 첨 해보면 밤에 해드랜턴을 켜고 각자의 감각에

의지해 어둔 밭에서 지렁이를 찾아 해메는 데 지렁이

크기가 십센치를 넘어서 고무장갑을 끼고도 징그러워

실적이 저조하다고 한다.

물론 요령도 부족하고.

그런데 숙련된 사람들이 몇 백불 버는 것을 보고는 지렁이가 돈으로 보이기 시작해서 막 잡게 된다.

그래도 요령이 부족해 짝짓기 하는 도망 못가는 지렁이에

한정해서 숙련되기 까지는 사실 한참 걸린다고 한다.

이 방면에는 베트남 계통이 알아준다고 했다.

체격이 작고 날씬해서 앉아서 전진하는 동작이 용이하고

밀림에서 자라나서 야생에 대한 감각이 발달했지 않을까

싶다.

그 친구들은 소리도 없이 귀신처럼 인기척을 내지않고

다가가서 방심한 지렁이와 땅에서 채 나오지 않고 끝만

조금 걸린 지렁이까지 훝는데 한꺼번에 대여섯마리까지

잡는 신기에 가까운 동작을 연출한다고 했다.

그래서 정말 하룻밤에 오백불까지 수입을 올리는 귀한

몸이라 차안에서 갈 때도 작은 체격이지만 뒷좌석에

혼자 길게 누워 가고 초보자는 엉덩이를 오무려 겨우

걸쳐 간다고 한다.

요즘도 사 오월달이 되면 교차로에 광고가 나온다.

지렁이 잡는 사람 구한다고.

장비 지출로 백불 정도를 떼고 시작하는 데 첨 해서 돈

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지렁이 잡으러 가도 장소 잘 못 잡으면 공치는 날도 있고

그러다 대박 나는 날은 아침 동 털때까지 무리를 해서

밤새 맞은 이슬에 수구린 허리 동작으로 몸이 많이 간다.

시즌에 잘 버는 사람은 한달에 칠팔천불 벌기도 하는데

보약값으로도 많이 지출을 한다.

그리고 겨울 시즌에는 다른 쟙을 찾아야 하는 점도 있는데

그래도 하는 분은 한 방이 있어서인지 적성에 맞아서인지

꾸준히 하기도 한다.

주로 한국분들은 아줌마되는 분들이 잘 하고 이천팔년

당시에도 드물지만 서울대 다니는 군대도 갖다온 친구가

여름 시즌에 와서 등록금을 벌어 가는 친구도 있었다.

지렁이 값이 옛날에 비해 떨어 져서 메리트가 전에 비해

못하지만 그래도 지렁이로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캐나다에서는 직업의 귀천이 없으니깐.

우리 식당에 일했던 샌 아저씨도 지렁이 잡는 일을

한참 했는데 그보다는 주방헬퍼가 그래도 낫다고 한다.

사람마다 다 틀리니깐.

그런데 샌 아저씨가 한 번은 지렁이를 잡는데 잡은 지렁이가 자꾸 통밖으로 나가서 밤새 다시 넣곤 했는데

아침 밝을 때 보니 지렁이가 아니고 조그만 뱀이라고 했다.

그 얘기 듣고는 좀 엄두가 안 났다.

우리 식당의 단골 손님 한 분이 지렁이를 잡아온 것을

콘테이너에 보관해서 유럽에 수출하는 비즈니스를 하는데

수입이 상당히 좋다고 한다.

그 친구와 얘기를 하면서 일하시는 분 중에 한국분들도

꽤 많다고 했다.

내가 힘들지 않냐고 했더니 생각하기 나름이란다.

잡은 지렁이를 잘 보관하면 일년이상 산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 친구는 상당히 규모가 있는 수출업자인 것같았다.

어쨋든 지렁이 잡는 것 까지 해볼려고 연습도 했지만

밤새 잡고 아침에 일하는 것도 솔직히 엄두는 안 났는데

다행히 비즈니스가 잘 되어 피해갈 수는 있었다.

백인들 상대로 식당할 때 평균적으로 이 년이 걸려야

뭔가 판가름이 난다는 데 거의 이 년을 채우고 비즈니스가

잘 되어 정말 다행이었다.

지렁이하면 잡는 연습한다고 장난스레 주방에서 구부려

연습했던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헤드렌턴 켜고 앉은뱅이 걸음으로 무릎에 걸친 톱밥통에

손한번 넣고 오른손으로 지렁이 잡아 통에 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