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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포항 내연산

박진양 2012. 11. 29. 16:05

 

 

 

 

 

 

 

 

포항에서 동해안을 따라 북쪽에 삼십킬로 떨어진 내연산은 신라시대인가 지어졌다는 보경사가 있어 유명하다.

그런데 내연산이 있는 산군이 구부린 누에고치처럼 능선이 둥그렇게 계곡을 감싸 안으면서 아주 톡특한

내연산만의 분위기가 있었다.

뭔가를 잉태한 듯한 신령스런 분위기가 있는 산이었다.

그냥 산에만 있어도 좋은 그런 산이었다.

실제 그 산군에서 내연산은 한 쪽 옆에 다소곳이 있고

제일 큰 봉우리는 향로봉이었다.

향로봉 정상에서 보면 설악산 대청봉 처럼 동해바다도

보이고 멀리 포항제철도 보이고 야간산행해서 보면

산 속에서 보는 불빛도 좋았다.

최근에 포철에 있는 선배님과 상철이 한테 내연산 등반사진을 카카오로 보곤했는 데 볼 때마다 짠한 느낌이

들어 코 끝이 찡해졌다.

그런데 계곡의 경치는 여전히 같은데 옛날과 달리

등반로는 잘 정비되어있었는데 지나칠 정도로 넓었다.

아마 요즘에는 레저 인구가 늘어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속도로 만큼 넓어진 것 같다.

내연산은 포항에겐 영원한 애인이 되는 것같다.

산행길은 입구 보경사에서 계곡을 따라 암장이 있는 연산

폭포를 지나 향로봉까지 가면 보통 십킬로 정도 되었나

네 다섯시간의 산행길이었다.

그리고 보경사 가기전 주차장 뒷편의 천령산으로 올라가서 샘재로 갔다가 향로봉을 지나 내연산으로 내려

오면 계곡을 두고 바깥능선을 돌기 때문에 산행 거리가

이십킬로 이상되는 시간도 열시간은 족히 걸렸다.

남규형이 히말리야 등정을 위한 훈련 산행을 종종 야간으로 잡아서 천령산 쪽으로 올라 아무 계곡으로 내려

오면 인적이 드문 깊은 산이라 낙옆이 키까지 오기도 했다.

그때는 배낭무게를 사십킬로로 정하고 휴대용 저울까지

확인했는데 아무리 배낭을 산만큼 커도록 넣어도 대개

삼십킬로 안팍인데 남규형은 커다란 돌을 두어개 친절하게 넣어주었다.

그정도이면 가파른 천령산 초입에서 삽십분 동안은

땀이 비 오듯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갔다.

그 무게로 겨울의 계곡으로 내려올때 낙옆이 키를 덮고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어둔 겨울밤을 해메고 다녔다.

그렇게 새벽에 계곡을 빠져 나와 텐트를 치고 커피 한잔을

하면 그 텐트 안이 그렇게 아늑하게 느껴질수가 없고

텐트를 치는 바람소리 마저 친구의 손길처럼 느껴졌다.

어떤 때는 바람부는 능선에서 텐트를 치기도 하고 향로봉을 지나 상옥쪽으로태백산맥 종주대의 리본을 따라 눈 덮인 겨울산을 훈련삼아 헤메다가 종종 옛날의 화전민 집터도 볼수 있었다.

육십팔년도에 울진 삼척 무장공비 사건이후 화전민을

철수시켰다는 데 그만큼 산이 깊었고 길 아닌 길 갈대숲을

지날때면 남규형이 맷돼지 얘기을 해서 겁을 주었다.

멧돼지는 힘이 좋아 스치고 지나가면 웬만한 청년들 허벅지가 반은 없어 진다고 해서 사각대며 걷다가도

문득 겁이 나서 발다닥이 가려울 때도 있었다.

그리고 야간 산행을 하다 새벽쯤에 샘재에 가면 시골집

몇채가 있었다.

장작으로 불때는어릴적 향수를 느끼게 하는 옛날 뜨껀한

시골 구둘장의 그 집에 가서 몸을 녹이기도 했다.

그 시골집에 대 여섯살 쯤 되어 보이는 시골애가 처음엔 부끄러워 도망을 가다 사탕 몇 개로 친하지고 난뒤에는

하루에 세번 다니는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는

그 꼬마의 터진 손등이 자꾸만 생각이 났다.

그리고 향로봉 너머로 상옥과 하옥에 도착해서

뒷쪽에 내려 야간 산행을 하기도 했다.

저녁 무렾 고냉지 채소를 재배한다는 시골밭위로 나무로

때서인지 굴뚝위로 뭉게 피어올랐다 자욱히 깔린 연기가

신비감을 주었다.

그래서 나중에 가끔식 그 풍경이 보고 싶어 마지막 차를

떠나 보내고 정류소 옆 구멍가게에서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는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내연산 하면 내 정서의 뱃속같은 느낌이 혹시라도 나중에

죽으면 유언으로 한 줌 뼛가루를 향로봉에서 뿌려 달라고

싶다.

그렇게 원없이 비비고 다닌 내연산의 추억만으로도

이민생활을 이겨내는 힘이 되었지 않나 싶다.

이렇게 몇 자 적고 나니 맘이 한결 가볍고 첫사랑 그녀에게

맘을 전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