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미국골프여행 4
시간은 빨리 간다지만 노는 시간은 빛의 속도로 지나가버린다.
힘들게 운전해서 겨우 왔나 싶고 금방 짐 푼 것 같은데
갈시간이 다되어 갔다.
가기전에 진지하게 진검 승부를 겨루기로 했다.
아놀드 파머가 설계했다는 골프 코스도 코스이지만
일단 클럽 하우스부터 기를 죽였다.
바람함께 사라지다는 영화에 나오는 대저택처럼 웅장하게
서있었고 스텦들도 무지 많고 부산하게 움직였다.
차를 대면 군인들처럼 일사분란하게 파워 카트에 골프백
까지 실어 주었다.
그런데 전날 술먹다 십분 정도 늦었다.
그렇게 괜찮은 골프장에 십분 늦게 도착하니 맘이 급했다.
뒷팀에 신경이 쓰였는지 티샷부터 망가지고 리커버리 샷도 안되어 어영부영 하니
파 파이브 홀에 양파부터 시작했다.
잘힐려고 하니 더 꼬이고 네번째 홀 지나며 뒤에 팀이랑 거리도 두고 숨을 고르니 점수가 계산이 안 될 정도이다.
그러니 내기돈 주고 받을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 내 혼자 너무 못치고 해서 아예 다른 사람들이
조용히 있었다.
여기 멀리 와서 나 때문에 하루를 망치면 안 될것 같아
비장한 각오를 했다.
오늘 내 골프는 포기하고 돈으로 때우자고
까지껏 일불짜리내기에 망하면 얼마나 망하겠냐싶어서
계산하자고 도리어 큰 소리를 치고 계산을 해주었다.
이닌게 아니라 얼마나 못 쳤는 지 전부 칠십 몇블인가를
주었으니 아마 스무개 이상은 오버 핸 것 같다.
그리고 초연히 게임에만 전염했는 데 믿을 수가 없었다.
그 다음홀부터 내리 거의 열홀 정도를 줄파를 했다.
십오번 홀의 백구십오야드짜리 그림같은 파스리홀,
와이키키 해변 처럼 왼쪽은 굽어서 물이고 그린 뒷쪽은
헤저드 와! 하는 탄성과 한숨이 동시에 나왔다.
그 사이 다람쥐 한마리가 지 몸 만큼 되는 배를 카트에서 훔쳐 가며 너무
무거운지 두어 발자국 띄고는 숨을
몰아 쉬는 모습에 웃고는 긴장을 풀었다.
내가 오너로서 삼번 이이언으로 티샷을 했는 데
오잘공이었다.
바람을 가르며 높이 솟구쳐 깃대에 꽂히는 듯 보였다.
좀처럼 칭찬 안하는 광오씨도 인정을 해준다.
어딘가 책에서 봤는 데 골프 이길려면 칭찬 세번만 하면
된다는 데 나도 그 말에는 우쭐해서 파 행진이 끝났다.
골프가 민감한 운동이라 칭찬에 우쭐하면 스윙 리듬이 또 달라져서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나같이 웬만한 인간적인 플레이어 경우.
내리막 일미터 남짓 퍼팅을 놓치니 그린이 빨라 그린 밑
엣지까지 흘러 가버려 스리퍼팅해서 보기 하고 광오씨는
그린옆 러프에서 칩샷을 하곤 원 퍼팅으로 파로 세이브를
했다.
역시 고수였고 나머지 두분은 물에 빠지고 뒤로 넘어가고
해서 스리플 오버였던 것 같다.
게임이 끝나고 나니 어쨋든 나는 구십대는 쳤고 골프장
나이도를 고려하면 과히 나쁘지는 않았다.
사실 나쁘기 보다 골프 칠때마다 그날이 생각이 난다.
인간 승리의 날이라고.
네번 째 홀까지 그렇게 치고 나머지를 그렇게 마무리를
할 수있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꼈고 점수에 상관없이
내가 대견했다.
전체 분위기를 구했다고.
골프는 그러고 보면 내 기분도 중요하지만 동반자의
기분이 좋아야 같이 즐거운 것이라는 생각하게 해주었고
아예 포기할까도 싶었지만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서
게임에 임했는 데 그 뒤에는 생각지 않았던 좋은 결과에
골프는 이런 맛에 치고 어쩌면 얽히어 사는 우리 인생도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그 날 저녁은 쇼핑을 했다.
원래 머를 비취는 관광도시이고 쇼핑도시였다.
바닷가 모래사장 옆에 역사라야 거창할수는 없는
황무지 개척사 정도가 십팔구세기에 존재하고 인구도
몇 천명 넘지 않았고 천 구백삼십년 공군기지가 들어서고
그 뒤 육칠년대에 관광지와 골프장을 개발하며 발달한
그야말로 관광도시이다.
한 해에 천 사백만명이 다녀간다니 대단한 것 같다.
나중에 이천 십년도에는 국제 공항이 들어서기로 한 것같다.
프로리다의 올랜드도 그렇게 개발이 되었지만
올랜드와 비교하면 올랜드는 조금 더 가족 중심으로
즐길수있는 그런 분위기에 쇼핑몰이 대세를 이루었다.
골프장으로서는 올랜드도 나쁘지는 않지만 자연 경관등
골프장 자체의 변화 무상함이 머를 비취와는 비교가
될 수는 없는 것 같다.
서울의 남산과 설악산을 비교한다고나 할까.
그리고 머를 비취도 쇼핑으로 유명한데 골프용품 신발등이 토론토 보다 삼십퍼센트는 싼 것 같고 거기에
세일까지 하고 보니깐 웬만한 것은 반 값이었다.
아직도 그 때 산 골프신발을 연습용으로 신고 있고
옷가지는 그냥 입고 있다.
머를 비취에 갈 계획이면 쇼핑 품목을 미리 정해서
계획해서 가면 좋을 것 같다.
가면 솔직히 다 사고 싶으니깐.
일 주일 지내기에는 오고 가는 시간 빼고나면 너무나
아쉬웠다.
머를 비취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늪지와 숲등을 자연스럽게 살린 골프자의 풍경도 압권이었다.
거기에 끝없이 펼쳐진 모래 사장은 가족 끼리 같이 쉬어도
정말 편안하고 추억이 될만 한 곳일 것 같다.
지금도 바닷가 파도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아쉬운 일주일을 보내고 푸른 초원과 아름다운 숲을 뒤로
하고 토론토로 차를 몰고 달려왔다.
좀 일찍 서너시 정도에 출발 했더니 운전도 편하고 덜 피곤
했다.
마의 웨스트 버지아의 산맥도 무난하게 넘고 잘 왔나 싶었는데
캐나다에는 폭설이 내려서 나이아 가라인근에서 토론토까지 올때가 더 힘들었다.
역시 캐나다였다.
다들 아침에 도착해서 회사일정에 맞추느라 정신없이
헤어졌다. 그러면 꼭 한 두분은 렌트카에 물건을 두기 마련이다.
그래도 그렇게 보낸 일주일이 큰 츄억이 되어 가끔식 만나
소주잔을 기울며 한번 더 조를 맞추자며 얘기를 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