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일본언니와 은비
사람이 자기가 신경 쓴 만큼 애착도 가고 기억이 나는 것
인지 식당의 제반사항을 대충 맡겨두고 겉돌아 서인지
이천 사년에는 식당이 어떻게 돌아갔는 지
그냥 그냥 굴러 갔던 것 같다.
그래도 살림이 보통 살림이 아니어서 일하시는 분 입장에서는 보통 맘 먹고 하지않으면 힘들었다.
그즈음해서 파트 타임으로 주방에서 하신 분 중에
일본 언니가 있었다.
일본 사람이 아니라 아저씨가 일본에서 주재원으로 계시며 애 들 둘이랑 세식구만 캐나다에서 살았다.
조기유학을 와서 캐나다의 생활비가 비싸 렌트비라도
보탤려고 일하신것 같다.
박찬숙씨랑 농구를 같이 해서 농구언니라 하기도 했는데
키크신 분이 대개 더 소심하고 아기자기한 성격이었던 것
같다.
너무 소녀 같아 제대로 뭐라 그러지도 못하고 그냥 그냥
지켜만 봤는 데 워낙 꾸준히 하니깐 일이 늘어 어느 한분을
차지해서 안계시면 아쉬웠다.
일본언니의 애들이 큰딸이 고등학교, 둘째 남자아이가
국민학교 육학년 정도 되었는 데 말 도중에 골프 얘기가
나와서 골프를 일주일에 한 두번 가르치기로 했다.
고지식하고 꾸준한 것도 언니를 닮아서인지 진진하게
열심히 노력해서 나즁에 제법 잘 치게 되었다.
큰 애가 선생님 하면서 잘 따라 해주었는 데 선생님
소리는 부담스러워 그냥 아저씨라고 해라고 했다.
보통 사춘기 애들은 골프가 잘 늘지 않고 지루한 운동이라
배우기 쉽지 않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 한것 같다.
그렇게 가르치기도 했던 걸 보면 식당의 한 부분은
골프로 채워져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홀 스텦중에 토론토대학을 다닌던 은비가 있었다.
이름이랑 외모랑 너무 잘 어울려 단아한 키에 초롱한
눈빛에 햇살 처럼 부서지는 맑은 미소가 아주 인상적인
학생이었다.
브라질에서 섬유쪽 일을 하다가 캐나다로 다시 이민을
왔었는 데 엄마가 안 계서 집안 살림까지 맡아서 생활
하는 데도 어두운 곳도 빈티도 없이 귀족스러우면서도
명랑하게 일을 정말 잘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일단 신경이 쓰이지 않는 데 은비가
그랬던 것 같다.
가족 챙기는 것이 엄마같은 맘인가 한번은 대학다닌는
오빠를 소개해서 일을 해보게 했는 데 오빠는 이큐가
이쪽은 아니고 연구소나 예술 쪽이 어울렸던 것 같았다.
트레니닝 두어번 나오면서 스스로 포기했다.
어쨋든 동생이 오빠 챙가는 것 쉽지않은데 그런 사람이
한 사람 식당에 있으면 분위기가 좋다.
아빠 얘기도 곧잘했는 데 골프를 잘하고 무지좋아한다고
기회되면 한번 두분이 같이 치면 좋겠다고 한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골프 연습장에서 누군가가 진지하게 지켜
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은근한 왕자병이 있는 나로서는 영화배우 첨 보나 싶었다.
골프자에서는 몰라도 연습장에서는 프로 수준이라고
듣고 있는 터였다.
그런데 나도 이렇게 보니 덮수룩한 수염 너머로 해맑은
눈매가 혹시나 싶어 은비 아버님 아니냐면서 물었더니
깜짝 놀라 했다.
사람 인상착의 만으로 서로를 확인하고 친해져서
그 뒤로 골프도 몇 번 같이 치고 얀습장에서도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그때 치아가 한 개 없었던 것같은데 골프에 대한 정열이
대단하셔서 미즈노 골프채를 갖고 싶다면서 장비에 대한 것도
얘기하곤 했다.
나는 그때 이번 아이언을 잘 다루어서 많이 부러워 하셔서
롱아이언 요령에도 얘기하며 아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캐나다에 이민온 큰 주류가 칠십년대 서독 광부 출신이었고
또 은근히 많은 분 들이 남미 출신이었다.
내 친구도 고등파교 때 브라질에서 이민을 왔다.
남미쪽에서는 섬유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이 많았다.
모든 사람이 다 잘 될수는 없고 성공했다해도 교육의 질과 삶의 질을 찾아서
캐나다에 이민오는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
이민 사회의 캐나다에서 다양한 이유로 여러 곳에서 온 한국사람들이 뿌리를 내리고 어울려 살고 있는 것 같다.
참 말이 중요한 것이 잠시 동안 한국말을 하면 모든 벽이 허물어 지고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참 잘 모르는 사람도 골프 한번 치면 친해지는 게
골프의 매력인 것 같았다.
그즈음 해서는 혜진이 엄마도 골프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던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