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

토론토 산사모 2018년 록키 산행. 여덟째날 Kootenay National Park Floe Lake Trail

박진양 2018. 11. 21. 04:30

 

 

 

 

 

 

 

 

 

 

 

 

 

 

 

 

 

 

 

 

쿠트니 국립공원은 인근 4개 국립공원

중에 가장 한적한 곳이다.

밴프와 레이크 루이스 중간 지점인 캐슬

교차점에서 록키를 동서로 연결하는

93번 쿠트니 파크웨이 일대에 펼쳐 있는

이 지역은 완만한 깊은 계곡이 인상적인 곳이다.

그런데 여기 인근에는 93 년도인가

엄청난 산불이 났던 곳이다.

요근래 미국 엘에이 에서 나는 것보다

더 크거나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아예 산불을 끄지않고, 끌수도 없어서 방임하는 것이 하나의 방편으로

방관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 불이 났었던 록키의 전형적인 풍경은

한 마디로 전나무 숲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하늘을 찌르는 전나무 숲길을 걸어 보면

캐나다가 위대하게 느껴진다.

그 숲길을 실제 걸어가보면 하늘 조차

볼수 없는 깊은 숲이라 영원히 있을 것

생각이 든다.

그런 깊은 숲이 잿더미로 바뀌고 나면

거짓말 처럼 주인이 바뀐다.

새로운 주인은 소나무 이다.

인공적으로 심은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날아온 소나무 씨앗이

땅속에 백년이상 썩지않고 묻혀있다가

산불이 나면 그 열로 발아를 해서

뿌리를 내리고 커 간다고 한다.

산불이 나서 소나무에게 살 기회를 준다는

얘기를 듣긴 들어도 선뜻 이해가 안되지만 이 곳을 산행하면 실감을 하게 된다.

이 인근에는 차를 운전해서 달리고 달려도

까만 폐허 밑에 우리나라 칠십년대

중학생 까까머리 같은 소나무가 듬성 듬성

자라나고 있다.

그렇지만 키가 어른키 남짓 소나무가 칠년에서 십년 된다.

어떻게 아냐고 하면 대개 옆으로 뻗은

나뭇 가지 한층이 일년의 세월이라고 한다.

그런 내용으로 알고 자연의 경이를 이해하면 보통의 록키보다 단조로운 긴 산행을 흥미롭게 할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쿠트니 파크 안에서 제일 볼만한 'Floe Lake

Trail' 은 사실 걸어가면 별로 재미는 없는 곳이었다.

무뚝뚝한 한국 지리산 한 부분을 옮겨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던 것같았다.

적어도 끝없이 계곡을 따라 오부능선 같은 산길을 걸어갈때는..

그런데 정상 근처 급한 경사를 올라갈때

부터는 얘기도 달라지고 숨소리도 거칠어

져서 서로 말조차 걸지 않았다.

그 때 어떤 회원분이 상태가 안좋았는데

또 어떤 현명한 선배님이 패닉 상태에

오면 사용하는 마법같은 에너지 바 비슷한

것을 주셔서 회복하는 것을 나중에 아내를 통해 알았다.

그 가파른 산길을 오르고 나면 산불난 흔적 조차 없는 평원이 반겨준다.

그 평원의 숲을 또 지나면 전혀 예상밖의

풍경이 나타나는데 백두산 천지 같은

호수가 신비롭게 베일을 벗는듯 기다리고

있었다.

헉 소리가 나는 듯한 풍경으로 역시 쿠트니 국립공원의 대표 추레일 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날은 좀 여름 날씨 치고는

추웠고, 이천 미터 이상 되는 고도에서

부는 바람으로 사진 찍다가 손이 동상의 증세 처럼 마비가 되는 것을 느꼈다.

모두들 비상으로 가지고 간 외투등을

베낭에서 꺼내서 서둘러 입었다.

그 때 누군가 양주를 물병에 넣어 왔는데

그 딱 한잔에 몸이 풀리는 느낌이 들어서

이런 술을 약술이라 해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름다운 정적이 흐르는 이 호숫가에서

한참 머물고 싶어도 추워서 급히 점심을

먹고 사진 몇 장 찍고 난 뒤에 서둘러 하산을 했다.

왕복 이십 킬로미터 산행길 인데 좀 지루하게 느껴지는 코스였다.

하지만 언제 이 길을 또 와보나 싶어 간혹

뒤를 돌아보면 높은 산봉오리가 또 와 달라 하는 눈짓을 주는 것 같았다.

언제 다음에 온다면 정상에 있는' Flore Lake' 캠핑장에서 하루 캠핑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Floe 라는 뜻은 유빙 이라고 한다.

호수에 유빙이 많이 떠 다녀서 지은 이름 인것 같았다.

태고의 적막을 깨고 떨어져나온 유빙이

떠다니는 호수 풍경을 하루종일 원없이

바라보고 싶었다.